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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뉴스]주민등록번호 13자리의 '무서운 진실' 본문

아낙라이프/아낙의 IT산책

[IT 뉴스]주민등록번호 13자리의 '무서운 진실'

아낙시만더 2011. 9. 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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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실명확인을 거쳐야 한다. '실명확인'과 '인터넷 실명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민주적이고 위험한 제도다. 사진은 스타벅스 무선인터넷의 개인정보입력창.
ⓒ 강인규
 실명제

한국 정부는 내게 관심이 많은가 보다.

 

커피숍에서 무료 인터넷이 된다고 해서 컴퓨터를 켜고 와이파이에 접속한다. 환영 메시지가 나오더니, 이윽고 '네가 너임을 입증하라'는 철학적인 지시문이 뜬다.

 

국영 찻집이 아닌데도 국가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의 오묘한 세계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겁이 덜컥 난다. 그, 그것만은...

 

그리하여 나는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가족관계, 혈액형, 범죄기록 등 내 100여 가지 정보가 관리되는 식별번호를 입력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신비로운 온라인 세상을 보여주는데, 기껏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되겠는가. 이제 '추가정보'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란다.

 

다행히 이날 어머니 전화를 빌려가지고 나왔다. 안도의 숨을 내쉰다. 정말 잘했다. 안 그랬으면 휴대전화도 없는 내가 사이버 공간을 들여다볼 꿈이라도 꾸겠는가. 어머니 번호를 입력하고 커피잔을 기울여 타들어 가는 목을 축인다. 아, 드디어 황홀한 인터넷 세계가 열린다.

 

'본인확인제도'에 담긴 철학 혹은 멍청함

 

잠깐. 어머니 전화번호를 입력해도 된다면 어떤 번호를 넣어도 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누구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도 '본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아버지, 형, 동생, 조카, 조금 전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친구 등 누구라도 말이다. 그리하여 '본인확인'이라는 심오한 철학적 난제의 실마리는 라캉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인터넷 없이 못 사는 나로서는 '정치성향'이나 '성적 취향'에도 답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정부는 위치정보 수집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해 오지 않았던가.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과 구글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해 온 방식을 문제 삼으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권리 보호에 민감한 정부가 왜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려 하는 것일까? 단말기 이동경로가 밝혀지는 건 위험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입력으로 개인의 위치가 포착되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창 옆에는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접속은 특성상 보안이 취약하다'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떠 있다.

 

정부는 대체 뭘 알고 싶은 것일까? 내가 어떤 커피숍에서 몇 시간이나 죽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내가 어떤 음험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는지 알고 싶어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8394&CMPT_CD=P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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