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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념글] 소프트웨어, 잉여와 공포 본문

아낙라이프/아낙의 IT산책

[IT 개념글] 소프트웨어, 잉여와 공포

아낙시만더 2011. 9.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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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8/23/%EC%86%8C%ED%94%84%ED%8A%B8%EC%9B%A8%EC%96%B4-%EC%9E%89%EC%97%AC%EC%99%80-%EA%B3%B5%ED%8F%AC/

요즘 포털을 통해 접하는 IT 뉴스 제목들은 한결같이 “위기의 한국 소프트웨어(SW)… ” 인듯 하다. 특히 지난주 구글이 모토롤라 Mobility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스마트폰 사업이 몰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극에 달했고 결국은 “한국 정부: 안드로이드와 경쟁할 새 오픈소스 OS 개발” 이라는 기사마저 출현케 했다. 이럴 때 영어로는 “성스러운 똥” 이라는 단어로 대응하고 싶다. 꼭 한국만 SW 분야에서의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HP가 PC 사업을 접고 현금을 모두 끌어모아 Anomaly 라는 영국 SW 회사를 인수준비 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미국의 초대형 IT회사들 근본마저 흔들고 있는 소프트웨어 혁명앞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이 한때의 지나가는 바람이 아님은 확실하다. 네츠케이프 설립자이자, Facebook, twitter등의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들에 투자한 Marc Andreesen 이 지난주 월스트레이트 저널에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가?” 라는 글을 기고했다. 여기에서 그는 제목 그대로 소프트웨어가 구식 산업을 먹어치우고 (disrupt) 있다고 진단하며 몇가지 예를 들었다:

  •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과 이북 (킨들)을 성장시켰고, 대형 서점 체인 Borders를 문닫게했다.
  •  Netflix 는 영화 스트리밍을 정착시켰고, 구식 대여점 블록버스터는 결국 도산했다.
  •  Farmville을 히트시킨 인터넷 게임 회사 Zynga와 Angry Birds와 같은 스마트폰 게임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EA와 닌텐도와 같은 전통 게임 회사는 하락하고 있다.
  •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통신(telecom)회사는 Skype 이고, Qwest와 같은 구식 통신사는 날이갈수록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Andreesen 은 정확히 보았다. 진정으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SW없이구식 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기우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미국 SW 시장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갓 30년 남짓한 세월에 세상을 먹어 치우는 실리콘밸리의 화려함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2. 해커 문화가 근본이다
Steven Levy 가 쓴 Hackers 라는 책이 그 문화를 가장 잘 소개한 듯 하다 [1]. 실리콘밸리의 뿌리는 해커 문화다. 남의 시스템을 침범해서 정보를 훔치는 그런 해커가 아니다. 주말이나 주중에 일 끝나고 재밌어서, 궁금해서 등등 이유로 직업과 상관없이 SW, 하드웨어를 만들고 고쳐보는 그런 행동 말이다. 해커 문화의 시작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MIT의 모형 기차 동아리 (Tech model rail road club) 에서 의기투합한 새내기 몇명이 연구용 메인프레임을 뜯어보고, 운영체제를 고치고 새로 만들어보면서 해커 문화가 시작 되었다.  1975년 조그만 전자제품 회사 MITS 뒷 마당에서 큰 기대없이 만들어 $439 에 팔았던 Altair 8080라는 첫 PC가 있다 [2].

Altair 8080의 광고: 저 못생긴 것이 PC다.

이Altair가 해킹 문화를 폭발 시켰다. Altair는 운영체제, 컴파일러(프로그램 개발툴)와 같은 필수 SW도 없이 본체에 LED와 버튼 몇개 달려 있었고, 애초에 취미로 갖고 놀 장난감을 찾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했다. 싼 값에 사서 집에서 고쳐볼 수 있는 Altair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다양하게 이 조잡한 기계를 고쳐 보았다 (사실 SW가 없었으니, 해킹은 필수였다) . 예를 들자면:

  • 하버드 기숙사에서 빌게이츠는 수업에 안나가고 Altair에서 돌아가는 BASIC 컴파일러를 만들어 팔았다. MS의 시작이다.
  •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는 Altair에 관해 이야기 하는 동호회에서 처음 만나 해킹을 시작했다. 워즈니악은 곧 훨씬 더 진보된 PC인 애플1을 디자인한다. 애플의 시작이다.

1991년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의 21살 학부생 리누스 토발즈는 취미로 유닉스를 닮은 운영체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간신히 돌아가는 첫 버전을 완성한 후, 인터넷 메일 리스트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줍게 광고했다:

“386/486 PC에서 돌아가는 무료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어요 (취미로 그냥, GNU처럼 대단하고 전문적인 건 아니고요…) — I’m doing a (free) operating system (just a hobby, won’t be big and professional like gnu) for 386(486) AT clones. “

그 후 몇년간 리눅스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한국에선 안타깝지만 아니다).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해커들이 몰려들어 잉여력을 과시했고 젊은 리누스 토발즈는 해킹 실력보다 더 훌륭한 해커 관리 능력 —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소스코드의 안정성과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 — 을 보였다. 대기업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도 흔히 실패하는 것을 보면 리눅스의 성공은 신의 은총이라 생각들기도 한다.  지금 리눅스 없이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을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등 거의 모든 인터넷 기업은 리눅스로 운영된다. 한국이 노심초사하는 안드로이드 역시 리눅스로 돌아간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기본은 리눅스다.

3. 잉여가 해커 문화를 낳았다 
해커 문화의 근본은 잉여 (Abundance) 정신이다. 즉 시간 남으면 야근하거나, 다른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며칠 저녁, 주말 내내 돈 벌이 안되는 뻘짓 하는 것이다. 그럼 해커들은 왜 그렇게 잉여력이 폭발해서 뻘짓을 하는 걸까?

  • 재미있다. 코딩은 재미있는 창조 행위다. 직소 퍼즐을 맞추어 본 사람은 알것이다. 1000 번째 피스가 끼워졌을때의 그 성취감.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는건 그림이 퍼즐에서 뛰쳐나와춤추는것 과 같다. 내 상상의 결과물이 눈앞에서 움직여 뛰는 것과 같은 그런 흥분, 성취감때문에 해커들은 코딩한다. 직장에서 10시간 코딩하고, 집에와서 재미삼아 5시간 더 코딩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 선물 (gift) 정신이다. 해커들은 자신이 며칠밤 세워 만든 소스 코드를 “선물”로 동료들에게 배포한다. 취미 생활로 해킹하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혹 그런 시도를 했을 경우 커뮤니티에서 매장당한다. 내가 오늘 1,000 줄의 소스코드를 선물 했으면 내일은 누군가 또 공짜로 새로운 툴을 선물 할 것이다. 선물은 받는 것도 좋지만, 하는 것이 더 즐겁다.
  •  명성(reputation)을 얻고 싶어 한다. 돈에는 초연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X의 해킹 능력은 최고다 하는 평가를 얻으려, 버그 없고 훌륭하게 디자인된 소스코드를 짠다. 선물의 댓가는 해커들 사이에서 드날리는 명성이다. 지저분한 턱수염, 긴 생머리를 날리는 옆 사람을 너무 무시하지 말자. 해커 사회에서는 브레드피트 일수도 있으니까…
  • 여유로운 사회다. 미국에 10년 가까이 살아온 난 한국에 가서 며칠만 지내면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내가 이렇게 쉽게 쉽게 살아도 되나?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 그런데 미국 집으로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주말이면 골프치는 재미, 저녁이면 책 읽고 해킹 하는 재미로 근심이 사라진다. 저녁에 야근 안해도, 주말에 일 안해도 별 걱정이 없다. 사회가 여유롭게 돌아간다.

해커 정신은 사라진 전설이 아니다. 수백억의 돈을 매일 투자하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해커를 찾아다닌다. 구글, 페이스북에 취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파치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해킹한 경력이다. 오픈소스와 해킹에 관심있는 사람은 [4]를 읽어 보시길 권한다.

4. 공포에 사로잡힌 한국
잉여와 해커 정신이 실리콘밸리의 근본이라면, 한국의 근본 정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나는 “공포(fear)” 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하면 루저가 된다는 공포, 숙제를 안해가면 맞을거라는 공포, 소프트웨어때문에 삼성이 무너진다는 공포, 6/25 시절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겪어보지도 않은 6/25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언젠가 북한이 쳐들어오면 한국은 다시 리셋된다는, 실현 불가능한 그 공포가 왜 사라지지 않는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이들을 웃겨 주려 헛소리 한번 했다가, 50명의 아이들 앞에서 뺨을 여러대 맞은 기억이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끼는 아이가 되었다. 1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벤처에서 일하며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내가 불안한 부모님은 삼성이 주는 안정감과 지위에 대해”엄친아”의 예제를 들어가면서 설득하신다.  도대체가 이 두려움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개인, 집단 모두 공포에서 벗어나려 치열하게 살고있다. 뛰어난 해킹 잠재력을 가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과 교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건희 회장이 주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삼성 최대의 위기”는 정말 언제로 오는 걸까? (SW는 정말로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국형 안드로이드라는 “성스로운 똥”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들은 한국 SW의 미래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5. 결론
결론적으로 공포가 지배하는 문화에서 잉여와 해커의 정신은 살아 날 수가 없다. 최근 얼마나 많은 수의 한국 해커들이 국제 오픈소스 프로젝트 (예: Apache) 에 참여하고 있는가 세어본적이 있다. 정말 몇안되는 사람들 뿐이었다. 삼성, LG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드웨어를 만들어 파는것에 몰두한 나머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떠 받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돈 받지 않고 소스코드를 선물 하는 실리콘밸리의 해커 정신을 고위 임원진 들이 이해하는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그럼 구글이 공짜로 안드로이드 커널을 배포한다고 했을때 그것은 어떻게 이해 했을까?

내가 발견한 한국 최고의 잉여 생산지는 “dcinside”다.  거기엔 잉여가 넘친다. 그리고 놀랍게 해커 정신과 많이 닮아있다. 사람들은 1) 재미있기 때문에 사진을 해킹 (합성)하고, 합성한 사진들을 2) 공짜로 서로 나누며 키득댄다. 고품질의 합성 사진을 다작한 사람들은 3)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으며, 매일 매일 쉬지않고 업데이트 되는 합성 사진과 미디어들은 얼마나 사람들이 4) 잉여 넘치는지 (여유로운지) 보여준다. 미국에는 dcinside 같은 그런 재기발랄한 미디어 해킹 사이트는 없는듯해 보인다.

dcinsde: 재기발랄한 미디어 해킹을 보라!

그런면에서 나는 dcinside와 같이 한국에 고유하게 살아있는 해킹문화를 연구하고, 거기에서 힌트를 발견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근본을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페이스북 창업자 츄커버그가 얼마나 부자인지를 생각해 보라며 젊은 이들을 꼬시지만, “부”는 해커의 운좋은 부산물이지 목적이 될수 없다. 정부에서는 스티브잡스같은 인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SW 엘리트 양성을 부르짖지만, 이 역시 성스러운 똥같은 생각이다. SW 엘리트는 dcinside 의 자조섞인 “잉여인” 들 중에서 몇 사람이 태어나지, 나라가 맘먹고 키워내는 게 아니다. 나는 컴퓨터 정규교육 과정을 따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수의 논문을 썼다. 그러나 이것은, 생산성에 몰두한 나는 진정한 해커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혹 엘리트라고 칭찬받지 못해도, 잉여가운데 피어나는 한국형 해커들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것이 바램이다.

– 박상민 http://twitter.com/#!/sm_park
[1]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http://www.yes24.com/24/goods/2256?scode=032&srank=16
[2] Altair 8080: http://en.wikipedia.org/wiki/Altair_8800
[3] History of Linux http://en.wikipedia.org/wiki/History_of_Linux

[4] The Cathedral and the Bazaar http://catb.org/~esr/writings/homest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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